채권 상품 스펙트럼: 선순위에서 CLO까지
DCM이 거래하는 채권 상품은 단순한 고정금리 사채 하나가 아닙니다. 선순위 무담보채(Senior Unsecured)로 시작해 커버드본드, 그린본드, AT1/CoCo, 하이일드, PIK, 그리고 레버리지드론을 기초자산으로 한 CLO까지 — 위험·수익·구조가 전혀 다른 7개 상품군이 존재합니다. 이 챕터에서는 각 상품의 구조적 특성, 쿠폰 메커니즘, 전형적 투자자 및 실전 케이스를 해부합니다.
자본 구조 타워: 부도 시 변제 순위
채권 투자자가 첫 번째로 이해해야 하는 개념은 '청구권 우선순위(seniority)'입니다. 기업이 부도나면 자산을 팔아 위에서 아래 순서로 채권자에게 배분합니다. 위에 있을수록 안전하지만 스프레드는 낮고, 아래에 있을수록 위험하지만 수익률이 높습니다. DCM 상품들은 이 타워의 각 층에 위치합니다.
타워의 최상단에는 담보부 선순위 채권(Senior Secured Debt)이 위치합니다. 공장·설비·IP 등 특정 자산을 담보로 받은 채권자로, 부도 시 해당 담보를 먼저 처분해 회수합니다. 회수율이 가장 높아 스프레드가 가장 낮습니다.
선순위 무담보채(Senior Unsecured)는 담보는 없지만 후순위보다 먼저 회수 권리를 가집니다. IG 발행사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표준 상품입니다.
AT1과 CoCo는 타워 중간에 위치하는 특수 자본채권입니다. 정상 상황에서는 채권처럼 쿠폰을 지급하지만, 규제당국이 '생존불능(PONV)'을 선언하면 원금이 소멸하거나 주식으로 전환됩니다.
최하단의 주식(Equity)은 채권자 모두에게 변제한 뒤 남는 잔여분만 가져갑니다. 부도 시 남는 것이 없어 '0'을 받을 가능성이 높지만, 기업가치 상승 시 무한한 upside를 가집니다.
7대 채권 상품 카드
각 상품의 핵심 스펙을 카드로 확인하세요. 위험도는 1(최저)~5(최고)로 표시됩니다.
선순위 무담보채 (Senior Unsecured)
IG 핵심 상품- 구조
- 무담보·선순위 청구권 — 부도 시 잔여자산 분배에서 선순위
- 쿠폰
- 고정금리 또는 변동금리(FRN)
- 만기
- 3, 5, 7, 10, 20, 30yr
- 주요 투자자
- 보험사·연기금·자산운용사
- 자금 용도
- 일반 기업 목적 (범용)
커버드본드 (Covered Bond)
FIG 최우량 상품- 구조
- 이중보호: 발행은행 채권 + 담보자산풀(주택담보대출 등) 담보
- 쿠폰
- 고정 — Senior Unsecured보다 낮은 스프레드
- 만기
- 2–15yr
- 주요 투자자
- 중앙은행·보험사·ECB 적격 자산
- 자금 용도
- 주택담보대출·공공부문 채권 재파이낸싱
그린본드 / ESG 채권
목적 지정 채권- 구조
- 일반 Senior Unsecured와 동일 구조 — 발행대금이 환경/사회 프로젝트에 지정 사용
- 쿠폰
- 일반 채권 대비 그린피엄(Greenium) 2–5bp 낮음
- 만기
- 5–30yr
- 주요 투자자
- ESG 위임 펀드·연기금·SRI 운용사
- 자금 용도
- 재생에너지·친환경 건물·저탄소 인프라
AT1 / CoCo (Additional Tier 1)
FIG 자본채 — 가장 위험한 채권- 구조
- 영구채·쿠폰 취소 가능·PONV에서 원금 상각 또는 주식 전환
- 쿠폰
- 5–10%+ 고정 (고쿠폰) — 콜 옵션 5–10년
- 만기
- 영구채 (만기 없음)
- 주요 투자자
- HY 전문 펀드·헤지펀드·하이브리드 전문 AM
- 자금 용도
- 바젤III AT1 자본 충족
⚠ PONV 트리거 시 원금 전액 소멸 — CS AT1 사태(2023) 참조
케이스: CS AT1 전액 상각 →하이일드 채권 (High Yield Bond)
LevFin 핵심 — BB~B 등급- 구조
- 선순위 무담보 또는 담보부·코버넌트 헤비·콜 프리미엄(Make-whole / Call Schedule)
- 쿠폰
- 고정금리 7–12% — 시장 여건에 따라
- 만기
- 5–8yr
- 주요 투자자
- HY 전문 AM·헤지펀드·CLO
- 자금 용도
- LBO 인수자금·M&A·성장 자본·리파이낸싱
PIK 채권 (Payment-in-Kind)
후순위 · 최고위험- 구조
- 현금 이자 대신 원금에 이자를 더해 (PIK toggle) — 현금 없는 기업에 유리
- 쿠폰
- 12–18%+ (PIK 이자 적립)
- 만기
- 3–7yr
- 주요 투자자
- 메자닌 펀드·특수상황 펀드
- 자금 용도
- 후순위 인수자금·구조조정 DIP·PE 최후수단
CLO (Collateralized Loan Obligation)
구조화 상품 — 론풀 증권화- 구조
- 레버리지드론 100–200개를 풀링해 AAA~Equity 트랜치로 재구성·발행
- 쿠폰
- AAA 트랜치: SOFR+130bp / Equity: 15–20%+ IRR
- 만기
- 5–7yr (로프아웃 기간 2yr + 투자기간 3–5yr)
- 주요 투자자
- 보험사(AAA)·은행(AA~A)·헤지펀드(BB·Equity)
- 자금 용도
- 레버리지드론 발행사 리파이낸싱·유동화
AT1 / CoCo 딥다이브: PONV와 CS 사태
Additional Tier 1(AT1) 채권은 바젤 III 자본 규제가 2010년에 도입되면서 탄생한 하이브리드 자본 상품입니다. 그 핵심 메커니즘과 Credit Suisse 사태가 남긴 교훈을 자세히 살펴봅니다.
PONV(Point of Non-Viability)란 무엇인가?
PONV는 금융당국(FSA, FINMA 등)이 공식적으로 '이 은행은 스스로의 힘으로 생존할 수 없다'고 판단하는 임계점입니다. 바젤 III는 AT1 채권 발행 조건에 반드시 이 트리거를 포함하도록 의무화했습니다. PONV가 선언되면 AT1 채권은 즉시 두 가지 방식 중 하나로 처리됩니다.
채권 원금이 0으로 감액됩니다. 쿠폰과 원금 모두 소멸. Credit Suisse 2023년 AT1 $17bn이 이 방식으로 처리되었습니다. 주주는 UBS 인수 주식을 받았지만 AT1 보유자는 아무것도 받지 못했습니다.
채권 원금이 미리 정해진 전환 비율로 발행사 보통주로 전환됩니다. 채권 보유자는 자동으로 주주가 됩니다. 은행 주가가 폭락한 상황이므로 전환 주식의 가치는 원금 대비 크게 낮습니다.
AT1의 또 다른 핵심 특성은 영구채(Perpetual)라는 점입니다. 법적 만기가 없으며, 발행사가 일반적으로 5년 또는 10년 주기로 콜 옵션을 가집니다. 투자자는 발행사가 콜을 행사해 채권을 상환할 것을 '기대'하지만, 발행사가 콜을 행사하지 않으면 채권은 계속 유지됩니다. 2023년 일부 은행이 AT1 콜을 연장한 사건은 시장에 큰 불안을 야기했습니다.
세 번째 리스크는 쿠폰 임의 취소 권리입니다. 발행사는 '분배가능이익(Distributable Items)'이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하면 AT1 쿠폰 지급을 임의로 중단할 수 있습니다. 이 중단은 '디폴트'로 처리되지 않아 법적 조치를 취할 수 없습니다. 이것이 AT1이 일반 채권보다 훨씬 높은 쿠폰을 제공하는 이유입니다.
Credit Suisse AT1 사태 요약 (2023)
2023년 3월 스위스 당국(FINMA)은 UBS의 Credit Suisse 인수를 승인하면서 CS의 AT1 채권 약 $170억을 전액 상각(write-down to zero)하도록 명령했습니다. 주목할 점은 주주들이 UBS 주식 형태로 약 $3.23bn을 받은 반면, 채권 순위에서 주주보다 선순위인 AT1 보유자들은 단 한 푼도 받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이는 전통적인 '채권자 우선(absolute priority rule)' 원칙에 위배되는 것처럼 보여 전 세계 AT1 시장에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이후 유럽 각국 규제당국은 '우리 법체계에서는 주주 소진 후 AT1을 처리한다'는 성명을 발표해 진화에 나섰습니다.
→ CS AT1 케이스 스터디 전체 보기CLO 해부: 어떻게 HY 론이 AAA 채권이 되는가
Collateralized Loan Obligation(CLO)은 채권 시장에서 가장 복잡한 구조화 상품 중 하나입니다. 개별적으로는 BB~B 등급의 하이일드 레버리지드론 100~200개를 하나의 풀에 담아, 수학적 분산 효과와 우선순위 구조(waterfall)를 통해 최상위 트랜치를 AAA로 변환합니다. 이 '연금술'의 원리를 단계별로 설명합니다.
Step 1 — 레버리지드론 풀링
CLO 매니저(BlackRock, PGIM, Ares 등)는 다양한 산업과 지역에 걸쳐 150~200개의 레버리지드론을 매입합니다. 개별 론은 SOFR+350~550bp 수준의 변동금리 론이며 각각은 B~BB 등급입니다. 핵심은 분산(diversification) — 특정 산업이나 기업에 집중되지 않도록 제한합니다(최대 2% 단일 익스포저). 이 다양한 포트폴리오의 가중평균 스프레드는 SOFR+400bp 수준입니다.
Step 2 — 트랜치 구조: Waterfall
풀에서 발생하는 이자 수익과 원금 회수금은 '폭포(waterfall)' 방식으로 순위대로 배분됩니다. AAA 트랜치가 먼저 확정된 이자를 받고, 남은 것이 AA로, 그 다음이 A로 흘러내려갑니다. 최하단 Equity 트랜치는 가장 마지막에 나머지를 모두 가져갑니다. 디폴트가 발생하면 손실은 아래(Equity)에서부터 위로 흡수됩니다.
Step 3 — 왜 AAA인가? 수학적 원리
AAA 트랜치(70% 비중)가 손실을 입으려면 풀의 30%가 완전히 회수 불능 상태(회수율 0%)가 되어야 합니다. 역사적으로 레버리지드론의 연간 디폴트율은 평균 3~4%이고, 회수율은 60~80%입니다. 최악의 경기침체(2009년 GFC)에서도 CLO AAA 트랜치는 원금 손실을 거의 겪지 않았습니다. 이것이 S&P, Moody's가 CLO AAA 트랜치에 최고등급을 부여하는 근거입니다.
CLO Equity: 위험과 보상의 농축
Equity 트랜치(5%)는 CLO 매니저가 '스킨 인 더 게임(skin in the game)'으로 보유하거나, 헤지펀드·PE가 매입합니다. 이 트랜치는 모든 상위 트랜치의 이자를 지급한 후 남은 초과 이자(excess spread)를 모두 가져갑니다. 포트폴리오 성과가 좋으면 15~25% IRR도 가능하지만, 디폴트율이 급등하면 원금 전체를 잃을 수 있습니다.
그린본드 시장: 그린피엄과 ICMA 원칙
2007년 유럽투자은행(EIB)이 세계 최초 그린본드를 발행한 이래, 2024년 글로벌 그린본드 발행 잔액은 $3조를 넘어섰습니다. 그린본드는 단순한 마케팅 도구인가, 아니면 실질적 이점이 있는 금융 상품인가? 핵심 개념 세 가지를 살펴봅니다.
① 그린피엄 (Greenium)
그린본드가 동일 발행사의 일반 채권 대비 낮은 금리(2–5bp)로 발행되는 현상입니다. ESG 위임 투자자들이 그린본드에만 투자할 수 있는 규정이 있어 수요가 더 많고, 이 초과 수요가 스프레드를 낮춥니다. 발행사 입장에서는 연간 이자비용 절감이 됩니다.
② Ring-fencing (자금 지정)
그린본드의 핵심 원칙: 발행대금이 반드시 지정된 친환경 프로젝트(재생에너지, 친환경 건물, 저탄소 교통 등)에만 사용되어야 합니다. 발행사는 별도 계정을 운영하거나 내부 추적 시스템을 구축해 자금 흐름을 투명하게 공시해야 합니다.
③ ICMA & SPO
ICMA(국제자본시장협회)의 그린본드원칙(GBP)이 사실상 글로벌 표준입니다. 발행사는 독립 기관의 Second Party Opinion(SPO — Sustainalytics, ISS ESG 등)을 받아 프레임워크가 GBP에 부합함을 검증받습니다. SPO 취득 비용은 약 $30K–$100K입니다.
그린본드 발행의 총비용 구조를 살펴보면: 프레임워크 수립 + SPO + 법무 비용 약 1–2bp, 연간 리포팅 비용 0.5bp. 반면 그린피엄으로 절감되는 이자비용은 연 2–5bp. $1조 규모 이상 발행사는 그린피엄이 비용을 상회해 순편익(net benefit)이 발생합니다. 또한 비금전적 이익도 있습니다: 연기금·국부펀드 등 ESG 핵심 기관투자자들과의 장기 관계 구축, 기업 ESG 평가 점수 제고, 그린워싱(Greenwashing) 논란 회피 가능성 증가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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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자료
- 1ICMA (International Capital Market Association). Green Bond Principles — Voluntary Process Guidelines. ICMA, 2023
- 2Bank for International Settlements. AT1 Capital Instruments — Regulatory Design and Empirical Evidence. BIS Working Papers, 2022
- 3Moody's Investors Service. CLO Annual Default Study — US and European CLO Performance. Moody's, 2024
- 4SIFMA. US Bond Market Statistics — Issuance and Outstanding. SIFMA, 2024
- 5European Covered Bond Council (ECBC). European Covered Bond Fact Book. ECBC, 2023